동구에 오면 관광愛 물들어요
가오리의 은어송

동구 가오동에 가면 웃터새말이란 마을이 있다. 한 편을 병풍처럼 가린 식장산 산기슭에 있는 마을이다.
옛날에 유터새말에 은어송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젊은이로서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는 날마다 식장산에 나무를 하러 다녔고, 나무하러 다니다가 우연히 친해진 고산사의 중 범흥과 삼 년간이나 점심을 나누어 먹었다. 식장산 중턱에서 땔나무를 하다가도 점심 때가 되면 중 범흥을 찾아가서 점심을 나누어 먹으며 중과 어울리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살았었다.

마음씨가 착한 은어송에게 고마움을 느낀 중 범흥은 마침내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은어송에게 묘자리를 하나 잡아줬다.

중 범흥이 잡아준 묘자리는 당대발복(當代發福)의 묘자리라 하는데 은어송은 중 범흥의 말대로 자기 아버지 산소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은어송이 자기 아버지 산소를 이곳으로 옮기어 장사지내고 돌아오다 산 속에서 소 한 마리를 주웠다. 소도둑이 소를 훔쳐가지고 여기를 지나다가 장사지내고 돌아오는 그와 마주치자, 도둑이 당황하여 도망치고 산 속에 버린 소를 얻은 것이다. 산 속에 버려진 소를 끌고와서 집 마당에 매어놓고 저녁을 먹은 다음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이상하게도 여자가 사립문 밖에서 부르는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갔더니 어느 여인이 보따리를 들고 서서 하룻밤을 재워 달라는 것이었다. 은어송은 말하기를 방이 하나밖에 없고 누추한 곳이니 다른 집으로 가보라고 말하자, 밤도 깊고 길을 잃은 사람이 어떻게 또 다른 집으로 가겠느냐고 부득부득 집안으로 들어와, 할 수 없이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온 여인은 먹을 것이 없느냐고 하여 은어송은 대답하기를 생쌀밖에 없다고 말하자,「소도 한 마리 있네요.」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부엌에 들어가서 밥을 해 오고 소에게도 먹을 것을 주는 것이었다. 밥을 먹고 난 다음 은어송은 나는 머슴살이 하는 사람이라 주인집 가서 자고 올 테니 편히 쉬었다 가라고 말하며 방문을 열려는데 그 여인은 머리를 숙인 채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사내 대장부 집에 아낙이 뛰어 들어온 것은 무례인줄 아옵니다. 하지만 저는 한양에 사는 대갓집 딸로서 아버지가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삼족을 멸하는 큰 재난이 있어 봇짐 하나만 싸들고 정처없이 도망쳐 나왔습니다. 세상 사람이 모두 역적의 딸이라고 손가락질 할지언정 저는 떳떳하옵니다. 제가 자진해서 들어온 이 방안에서 방주인을 객이 쫓아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헛간에 가서 자지요.」하고 여인이 일어서자 할 수 없이 은어송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첫날 저녁 은어송은 그 여인 얼굴만 가끔 쳐다보다가 뜬 눈으로 새웠다.

그 이튿날 그 여인은 부엌에 들어가서 밥상을 차려왔고, 은어송은 이상한 일이 많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상의할 겸 고산사로 중 범흥을 찾아갔으나, 중 범흥은 다른 절로 가버리고 없었다.

은어송은 자기가 지금 꿈의 경지를 걷고 있는가 하고 자기 살을 꼬집어 봤으나 꿈은 아니었다. 은어송은 집으로 돌아왔다. 은어송이 집에 들어오자 마루에 이상한 살림살이가 놓여 있었다. 은어송은 놀라서 이게 다 뭐냐고 물었더니 그 여인은「어서 들어와서 글이나 읽으세요. 당신이 성공할 때까지 먹고 살 금, 은, 패물이 있으니 걱정마시고 들어 오세요.」하는 것이었다. 그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날부터 은어송은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 여인은 학식이 풍부했다. 아내가 된 여인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글을 읽었다. 몇 년이 지나 아내가 그만하면 과거에 응시해도 되겠다고 해서 한양으로 올라가 과거에 급제했고, 벼슬길에 올랐다. 그는 벼슬길에 올라서도 곧은 일을 많이 하였으며, 자기에게 글을 가르친 아내에게 보답하기 위해 역적으로 몰린 아내의 아버지도 상소를 해서 풀어 주었고, 벼슬살이도 하였다 하며 늙어서 다시 여기 웃터새말에 와서 살다가 죽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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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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