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청댐이 조성되면서부터 지형이 많이 변했지만 몇 년 전만 하여도 주촌동에 들르면 금강을 사이에 두고 충남도와 충북도가 접경을 이루는 지대에 나루터가 있었는데 여기가 바로 어부동이란 마을이다. 옛날부터 세상을 소요하며 살겠다는 묵객들이 자주 찾았으며 선비들이 초야에 묻히기 위해 선택하는 곳으로 전해진 이 마을에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온다.
지금 어부동 부근에 김진사라는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는 높은 벼슬살이를 오랫동안 하여서인지 어느 한 해에는 벼슬살이에 싫증을 느끼고 이 곳에 정착하여 많은 재산을 모았으며 또한 낚시질을 하는 것을 취미로 살았다.
어느 날 그날도 평상시대로 집안을 돌본 다음 낚싯대를 들고 강변 절벽에 올라 낚시를 하게 되었다.
그날 따라 비가 갠 뒤라 그런지 급류가 흐르고 있어서 그는 바위틈에 낚시를 넣고 명시를 속으로 외우고 있는데 갑자기 낚싯대가 흔들려서 급히 낚싯대를 잡아 올렸더니 낚싯대가 올라가지 않았다. 묵직한 고기가 걸린 것이다. 그래서 강물 속으로 잉어가 낚싯대를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다가 강물을 바라보니 큰 강아지만한 잉어가 낚시에 걸려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는 오늘은 재수가 좋은 날아 생각하고 땀을 흘리며 한참 동안 잉어와 실랑이를 하다가 잉어가 힘을 내어 힘껏 급류 속으로 힘을 주어 그는 바위 위에서 비틀비틀하다가 급류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급류에 휩싸인 그는 한참 동안을 급류와 싸우며 떠내려가면서도 「참 아깝다. 고놈의 잉어놈.」하고 잉어를 잡아채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떠내려가다가 금강유역 마암에 이르러서는 기진맥진하여 익사 직전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그의 유일한 친구로서 마암에 살고 있는 이진사에게 구출되었다. 이진사는 원래가 깐깐한 선비로서 애당초부터 벼슬살이 같은 것은 버리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로서 가난한 진사였다. 마침 마암 모래사장에서 낚시질을 하다가 떠내려오는 사람을 구해주고 그 구한 사람이 김진사임을 알게 되자 그는 곧바로 집으로 업고 가서 최선을 다하여 응급치료를 하자 살아났을 때 이진사의 눈에는 기꺼운 눈물이 핑 돌았다. 정신을 차리고 거동이 가능할 때 김진사는 이진사와 마주앉게 되었다.
「내 목숨을 구해줬으니 그대가 생명의 은인이 아니겠나. 이보게, 내가 자 네에게 어떻게 보답을 하면 되겠나? 내 재산을 반만 주면 되겠나?」「이 사람아! 친구지간에 무슨 말인가? 그런 소리 말게. 친구지간에 무슨 보답이란 말인가! 그런 자네 생각이 잘못됐네.」「아니야, 난 그냥 집에 돌아갈 수가 없네.」김진사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다시 말문을 열었다.「사람이란죽으면 모든게 끝나는 걸세. 내가 죽었으면 재산인들 무엇하겠나. 그러니 내 목숨 구해준 사람에게 반을 준다는데……아….참. 자네 내 보답이 적어도 그런 모양인데 이보게, 어떤가! 자네 재산하고 내 재산하고 아주 맞바꾸는 것이.」김진사의 이 말이 떨어지자 이진사는 얼굴에 혈색이 시작했다.「이보게, 친구 재산을 탐내다 보니까 우리나라 조정이 저 모양일세. 자네도 벼슬살이를 해봤지만 사람이란 물욕이 있으면 제대로 사는 인생이 아니걸세. 나도 일을 먹고 사네. 이만하면 됐지. 뭐가 필요하겠는가? 단 자네도 고집통이니까 말일세만, 우리 어떻게 하세.」「어떻세?」「앞으로 내가 보기엔 내 잣;r을 구해 줄 때가 있을 것 같네. 그때 자네가 알아서 해주게.」이진사의 이 말엔 김진사는 다시 말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진사댁을 나와 참으로 아쉽게 아쉽게 집으로 돌아왔다.
이진사는 이 말엔 김진사가 헤어진지 반년이 못 돼서 이진사는 병에 걸려 눕다가 돈이 없어서 약 한 첩을 쓰지도 못하고 죽었다. 그는 죽을 때 아들에게,「내가 빚진 것을 가기는 너도 참 힘들 것이다. 내 장례도 간단히 해치우고 내 상자 맨 아래쪽을 보면 편지가 한통 있을 것이다. 그걸 어부동에 사는 김진사에게 갖다 주거라.」하고 눈을 감았다.
이진사가 죽자 아들은 아버지의 장례치를 문제가 큰 걱정이었다. 그래도 진사인 아버지 시체를 가마니에 똘똘 말아 치울 수도 없었다. 아들은 한참 생각하다가 아버지 상자 맨 아래쪽에 있는 편지를 꺼내들고 그날 밤 김진사를 찾아갔다. 김진사는 그를 보자 반가워 하더니 이진사 죽었다는 말을 듣고서 덥석 주저앉으며,「선인이로다. 이진사는 선인이로다. 나는 속인이고……..나 같은 사람은 일찍 죽고 이진사 같은 사람이 장수하여야 하거늘 세상이 무심하구나.」하고 큰 금덩이를 가지고 나와 이것을 가지고 가서 팔아다가 장사를 치르라고 했다. 이진사 아들은 그 큰 금덩이를 보고 놀라서 않을 수 없었다.「어서 가지고 가서 장례를 잘 치르도록 해라.」하고 김진사는 말했다.
그는 금덩어리를 든 채 김진사 집을 나왔다. 그는 바삐 걸어서 신탄진 근처까지 왔을 때 소나기가 오기 시작했다. 그는 소나기가 퍼붓는 속을 바삐 걸어서 뱃터까지 왔는데 물이 급류여서 배가 건너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금덩이를 일부 팔아서 주막에서 자야겠다고 장터로 가려다가 금덩이를 찾으니 금덩이가 감쪽같이 없어졌다. 그는 아차하고 나루터로 왔다갔다하는데 한 노승이 빗속을 걸어 오면서,「젊은이 무엇을 찾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금덩이를 잃어버렸다고 하자, 노승은 바랑에서 금덩이를 내주면서,「젊은 사람이 수양이 부족하오. 큰일은 신중해야지.」하고 앞질러 갔다.
그는 금덩이를 다시 들고 나루터로 갔다. 어느덧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가 나루터에 와서 서성거릴 때 강물 속에서,「사람살려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을 살려달라고 강물에 떠오르는 사람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나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도 사람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금덩이를 번쩍 들고선,「저 떠내려가는 사람을 살려주면 이 금덩이를 주겠다.」하고 소리쳤다. 그가 금덩이를 높이 쳐들자 한 젊은가 물속으로 뛰어들어가서 사람을 구해 가지고 강에서 올라왔다. 강물에 떠내려오던 사람을 구해준 사람에게 그는 약속대로 금덩이를 주었다.
「이렇게 큰 돈이 생겼는데 그냥 있을 수 있소. 형네 집에나 한번 가봅시다.」하고 그의 집으로 가기를 원하므로 이진사 아들은,「 그럼 우리 둘이서 이 급류를 헤쳐 봅시다.」하곤 소나기가 퍼붓는 금강에 배를 띄우고 둘이서 강을 건너 이진사 집으로 가서 장례를 치를 때까지 둘이서 일을 했다. 장례를 치른 다음 사람을 구해준 젊은이는 사랑채에서 나와 이진사의 아들 손목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제가 어부동 김진사의 아들이외다. 노형의 아버지 이진사님이 돌아가셨다해서 문상을 가려고 노형의 뒤를 따라 왔었지요. 우리 형제처럼 지냅시다.」했다. 이진사의 아들은 처음은 너무나 놀랐지만 고마웠다.
「노형 우리는 형제지간이요. 제가 조금 나이가 어린것 같소이다. 그래서 형님으로 모시겠소. 그리고 노형의 아버지가 편지에 이르기를 이진사님이 죽거든 자식을 돌봐주라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가 생명의 은인인 이진사의 뜻을 따라 노형을 돕기로 했소. 다름이 아니오라 아버지 재산을 반분해서…..」그때 이진사 아들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김진사 아들은 그곳에 앉으며,「그럼 노형은 아버님 의사를 배반하는 불효자가 되겠습니까?」하고 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이진사 아들은 할 수 없이 김진사 아들의 뜻을 따라 김진사 아들과 의형제를 맺고 형이 되었으며 김진사의 재산은 둘이서 똑같이 분배하여 여생을 잘 살았다 한다.
그 후 어부동의 사람들은 초야에 묻혔거나 당파와 파벌을 초월해서 모두 의좋게 살았다는데 모두가 그들의 후예들이며 그들의 후예가 아닌 사람들도 그 영향 아래서 의좋게 살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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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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