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을 통해 배우는 현재와 미래,
한밭교육박물관을 가다.영희와 철수 그리고 바둑이가 등장하는 그 시절의 교과서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칼을 차고 수업하던 일제시대 교사의 모습과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룽황' 천자문 외는 소리가 들릴 듯한 서당의 풍경. 지금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겨우 볼 수 있지만 분명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나온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더 멀리 우리 조상들이 겪어온 교육현장을 엿볼 수 있는 곳이 가까이에 있다. 바로 삼성동에 위치한 한밭교육박물관이다.
붉은 벽돌의 오래된 건물. 일제강점기인 1938년에 지어졌다는 이 건물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건물이다. 과거 일본군이 주둔했고,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는 북한군과 유엔군이 번갈아 주둔했던 곳으로 현관 왼쪽 벽에는 총탄 흔적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 당시 우리 민족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52년간 삼성초등학교로 사용되다가 1992년 7월 개관한 한밭교육박물관은 7개의 전시실과 기타 전시장, 야외전시장 등에 옛날 교과서를 비롯해 교육 관련 도서와 학습기록, 사무용품 등 교육 관련 유물 3만여 점이 전시돼 학생들의 학습장으로 운영되는 교육전문 박물관이다. 다른 박물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박물관이라면 들어가기 전부터 기가 죽는 크고 그럴싸한 건물을 연상케 되지만 이곳은 실제 학교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라서 그런지 왠지 친근하다.
특이한 점 하나. 실내화로 갈아신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만 반짝반짝 윤이 나는 나무 복도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린 시절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힘주어 왁스걸레를 밀던 그때가 떠올라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대는 복도가 왜 그리 반가운지 모를 일이다. 삐걱대는 소리 역시 귀에 거슬리지 않으니 우리의 지난 추억은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2층으로 올라서자마자 눈에 띄는‘추억의 옛교실’. 투박한 나무 책상과 조그만 의자들이 줄맞춰 놓여져 있다.
짝과 투닥거리느라 넘어오지 말라며 그어놓았던 선이 선명한 책상에 웃음보가 터진다. 손에 제대로 쥐어지지도 않을 몽당연필과 점보 지우개, 도시락이 층층이 쌓인 난로, 겨울 추위를 녹여주었던 조개탄, 오래된 풍금과 칠판, 교복... 어른들에게는 그때 그 시절의 지나간 추억을, 어린이들에게는 말로만 듣던 부모님세대의 신기한 교실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제1전시실에는 옛날 서당교육의 모습에서부터 개화기 조선의 교육 모습, 제2전시실에는 일제강점기 교육현장, 제3전시실에는 광복이후 현재까지의 교과서 등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사서오경, 천자문, 명심보감 등 당시 교육자료는 물론 각종 필기구 등 교육과 관련된 옛 선현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제4전시실은 조선시대 교육기관이 모형으로 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서당, 서원, 향교, 사부학당, 성균관 등이 사실에 가깝게 모형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평범한 전통 마을속 출생에서부터 성장, 성년식, 혼례 등 일생의 중요한 통과 의례와 동제, 논갈기, 밭농사, 남사당놀이 등 세시풍습과 민속놀이도 모형으로 만들어져있다. 우리 조상님네 삶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정감어린 모형들로 어린이들도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또한 남성들의 생활공간인 사랑방을 재현해 놓은 제5전시실은 옛날 선비들이 사용하던 모습그대로 서안, 책궤, 사방탁자, 갓, 각종 신발 등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고 여인네들의 생활용품과 안방은 제6전시실에 꾸며놓았다. 제7전시실은 왕이 조정의 신하들과 국사를 논의하던 어전회의와 전통시장의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이밖에도 근대부터 현재까지의 각종 태극기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태극기 전시실을 비롯해 농기구 전시실, 물레 전시실, 족보 전시실, 외국 교과서 전시실 등이 곳곳에 마련되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야외전시장에는 12간지 동물석탑과 석교, 연자방아, 측우기,자격루 등이 전시되어 있어 교육문화는 물론 우리조상들의 생활 풍속도 엿볼 수 있다.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요란한 도심 한 가운데 우리의 과거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교과서 속에만 존재했던 그때 그 시절이 생생히 눈앞에 펼쳐진다. 아픈 역사의 기억도, 눈부신 성장의 기억도 모두 소중하다. 이렇게 지나온 발자취가 바로 우리를 밝은 미래로 이끄는 탄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지 않았던가. 교육열이 남다른 우리 민족의 교육자료가 미래를 위해 소중히 간직되어야 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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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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